시 너머 시

봄밤/이상국

songpo 2015. 10. 2. 14:43


이상국



나보다 늦게 들어온 환자는 저녁이 되자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목사님을 불러 에배를 본다


저 꼭대기에 누가 있긴 있는지


내일은 위(胃) 속의 버짐 같은 걸 지져 낸다고

밥 대신 링거를 꽂고 몸에 물을 주는데


앞 병상의 늙은 아들이

더 늙은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엉덩이를 똑바로 들고 있으라고

호소한다

명령한다

그러다가

아버지 제발 좀 징징거리지 말라고

자식처럼 타이른다


어느덧 그 아들이 나이고

그 아버지도 나였다


그동안 몸을 그렇게 위했는데

여기서는 모든 몸이 남이다


밤이 깊자

예수 믿는 사람도 칸막이 안에서 죽은 듯 조용하고

아들도 아버지 병상 옆에 누웠다


나도 더는 갈 데가 없어

병상 위에 내가 든 몸을 눕히고

한 방울 두 방울 절벽을 뛰어내리는 수액을 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