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허브나라의 만화경 /김송포

봉평, 허브나라의 만화경

 

김송포

 

허어브 허브 어브 나라로 들어가 보아요
아픈 이에게 전해 온 향기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나에게 그려 준 푸른 풀은 심장,
입인가요 휴식인가요 안부인가요
문득 그 옆을 지날 때 풀잎의 소리가
어느 나라에서 도착했는지 두근거려요
오셀로도 셰익스피어도 그냥 지나치던 숲 속,
봉평에 집 한 채 짓고 살자던 부부는
잘 나가던 시절을 접고 오두막집부터 짓기 시작했어요
조금 더 넓혀서 이웃에게 아로마를 뿌리자던 꿈이
봄을 지나고 여름을 지나고
자작나무 숲을 지나 중세의 정원으로 뻗어
만화같은 허브 나라를 그려갔어요
터키인의 눈 속에 우리네 조상이 살고 있다지요
족보를 따라 거슬러가면 그들 엉덩이에 반점이 있다지요
이왕이면 이문세 가수를 불러들여 밤하늘의 별을 보며
터키 원형 극장에서 노래 불러요
가방 속에서 이불 속에서 머릿속에서 벙긋한 눈매처럼
허어브 허브 어브 노래 부르며 두통을 식혀보아요

 

---한국 시인협회 사화집 2015.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