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하늘길/함민복
songpo
2015. 10. 29. 13:05
하늘길
함민복
비행기를 타고 날며
마음이 착해지는 것이었다
저 아랜
구름도 멈춰 얌전
손을 쓰윽 새 가슴에 들이밀며
이렇게 말해보고 싶었다
놀랄 것 없어 늘 하늘 날아 순할
너의 마음 한번 만져보고 싶어
새들도 먹이를 먹지 않는 하늘길에서
음식을 먹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나라 가는 길이라
차마, 하늘에서, 불경스러워, 소변이나 참아보았다
_시집『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201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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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을 참고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시인의 모습! 겸허하고 송구하다.
닭장 속의 닭들처럼 줄지어 앉아 벨트에 몸을 묶고 잘 계량된 먹이를 시간 맞추어 받아먹는 기내 풍경을 냉소했던 기억이 부끄럽다.
제 몸의 욕망과 무게를 다 버려야 새처럼 가벼워진다. 시인은 그것을 교훈으로가 아니라 체화된 선험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힘이 없어 진정 힘 있는 그의 시세계에 뜻밖에도 문명 비평이나, 부박한 정치를 향한 시니컬이 들어 있는 것을 자주 발견한다. 비극의 뉴스 속으로 튀어 나오는 “이가탄!” 광고처럼 절묘하고 어이없게 잠든 의식을 깨운다.
문정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