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물이 서럽다 /김송포
songpo
2016. 1. 14. 06:19
물이 서럽다
김송포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가늘어지는 붉은 물줄기,
오부 능선 깔딱고개쯤에서 근원인 나의 샘이 말라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낸다
밤 그늘 틈새로 초승달이 지나갈 때면 이부자리 속에서 혼자 깊어진 물 찬 허리에 누워 흔적을 감추었지 그러면 달빛은 창문을 열고 몰래 들여다보았지
어느 날이었을까
쓸쓸히 얼어있는 나에게 여우비처럼 찾아와 가끔 단비를 주기도 하였으나 황폐한 땅의 연못을 지나 산 중턱에 다다른 것을 눈치채었을까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강이 아니라 연어처럼 위로 오르고 올라 본령으로 회귀하는 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저녁나절 먹은 포도주에 몸을 적시어 기다리고 있었지
드디어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어야 하는 끄트머리,
떨면서 찾아온 반가운 그 손님,
큰 바다에 홀린 듯 떠날 듯 말듯 홍해를 건너려고 배를 찾지만 아직도 마르지 않는 몸속의 물이 반갑더라 간다고 서러워하더라
---2016.<시향>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