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이다 /이상국
큰일이다
이상국
차 문을 열어두었더니
밤사이 거미가 집을 지었다
그러면 거미의 밥을 위하여
계속 문을 열어두어야 하는지를 걱정하는 나와
미국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는 걸 바라보며
어디서 많이 본 비디오 게임 같다거나
북조선이 핵실험을 해도
애써 눈도 꿈쩍하지 않는 나는 다르다
그러나 사무실 벽에 머리를 박고 죽은
이름 모를 새의 주검을 냇가에 묻어주고
한나절 소주로 음복하면서도
시장 바닥을 배로 밀고 가는 사람의 돈통에
동전을 넣을까 말까 망설이는 나는 또 같은 사람이다
한때 이런 건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언제부턴가 내가 모든 저들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되지도 않은 생각 때문에
같은 나와 다른 나는 싸운다
오늘도 시청 민원실에 들어가다가
무심코 침을 뱉었는데
화단의 회양목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남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 어떡하느냐고 한다
살아갈 일이 큰일이다
—시집『뿔을 적시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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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7일 첫 방영된 ‘킬미힐미’는 방영 내내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 드라마에서 7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 역할로 연말 mbc연기대상을 받은 지성은 다중인격 캐릭터의 연기비결을 묻자 ‘그게 다 제 모습’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다중인격이란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로 시작되는 노래처럼 자기 안에 둘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정체감이나 인격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어떤 끔찍한 내면의 충격을 받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해리성’ 정신장애 수준엔 미치지 않더라도 이중인격성 인간은 도처에서 발견되고 누구에게나 소소한 형태의 다중인격은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