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봄눈 외 1 /김송포

songpo 2016. 4. 7. 18:46

봄눈

 

김송포

 

 

신광으로 가자
녹다가 남은 눈의 몸짓
올라가면 갈수록 더 깊은 자국을 만들며

구부정한 등골이 하얗게 선을 그었다
나이 든 각시가 울부짖고 있다
애벌레 같이 숨어 있더니
꽃길 레이스 위에 쓰러진 아가씨 젖어 버린 맨살로
장화 신고 덜거덩거리며 미끄럼을 탄다
저고리 벗고 은가락지 끼우고
늙은 각시는 나무 위에 앉아

하얀 면사포 쓰고 시집 을보내달라고 떼를 쓴다

하늘이 닿을즈음 햇살이 붙어 대지를 바짝 말리고 있다
우리 돌아가자
산허리 밑
쇠창살로 막아 굳게 닫은 내연산의 나목은

보란 듯이 봄을 막고 서 있다
모자 쓰고 소복을 두른 것 같고
삼월에 물러나기 싫은 노처녀 생때 같고
구름을 베게 삼은 것 같은 너,

사라질 연기다

 

 

, , 돌의 사연

 

멈추어 있는 돌에 바퀴를 달았다

이름 없는 돌에 문패를 달아 내 무덤에 걸고 싶었다

산모롱이에 돌을 쌓아 햇볕 드는 숲으로 조금만 비켜 달라 빌까

길섶 사이에서 잠들고 싶어 함을 알았다

강물 깊은 곳에 길 잃은 돌멩이가 모래 밑에 눌러져 시름시름 앓고 있다

어머니 가신 줄 모르고

개구쟁이들은 비석치기 놀이에 쾌변을 놓은 것처럼 웃고 있다

섬에 정박한 어머니는 절벽에서 배고플까 굽어본다

낙석에 몸을 베인 그믐달이 쓸개 안에 박혀 있다

구르다 지쳐 깎인 돌이 나의 쓸개에 굴러다닌다

 

---2016.5월호 모던포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