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곡절 / 김송포

songpo 2016. 8. 4. 16:50

 

 

곡절 

 

김송포

 


반달이 나무를 안고 슬픔에 차 있다. 굽어보니 내 얼굴이
고 멀어져 가는 당신 얼굴이다. 내가 아닌 당신이 저수지에
비친다. 달의 뿌리가 반만 물에 담가져 있다. 백만 년 동안 나
무의 등만 바라보듯 곡선처럼 휘어져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
다.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배를 내밀고 반만 돌아온다. 앞뒤
를 다 보여줄 수 없어서 한쪽 그늘만 보여주고 사라진다. 물
이 반만 차 있다. 그늘도 반만 기운다. 녹조를 띄우고 물에서
헤엄친다. 기울어 가는 달의 속이 뚫려 있다. 패인 나무속에
들어가 한쪽을 바라본다. 사라진 반달의 기억, 슬며시 멀어
지다 건너온 당신, 물에 반만 비추고 돌아선 곡절이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