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 외 1편 /김송포
악양 (외 1편)
김송포
악양 야걍 아가걍
하동, 악양이라는 곳에 발을 디뎠다
누가 서러워 아걍아걍 울어대는지
무슨 설움 지키려 안간힘 썼는지
대봉이 방바닥까지 허리를 휘고 있는 악양
어미 등에 업혀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하는
서너 살배기 아기처럼
아걍 아걍
코가 땅에 닿도록 고개 내밀어 머리를 떨구는 악양
그래 아걍에 어미와 아기가 있었구나
그 옛날,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선반에 올려놓은 대봉을 아기에게 주려고
발판 딛고 꺼내다가
미끄러져 상처가 생긴 어미가 있다
칭얼거리던 나 때문에 생긴 상처다
대봉을 먹을 때마다 나는 흉터를 우물거렸다
아강 아걍
땅에 코를 빠뜨리고 우는 아이가 악양에 있었다
기타를 삼키다
호흡을 겪는다
나무통을 두드리며 터치하는 것으로 관통을 하였으나
손이 현란할수록 심장을 감싸고 맥박이 거세진다
가슴으로 안을 수 있는 기타가 당신을 품는다
내가 주는 만큼 그가 기울어 있다
스스로 다듬어놓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반응한다
현은 어둑한 달빛에 길을 잃는다
철로를 이탈한다
탱고도 캉캉도 전설도 로망스도 기타 연주에 동맥이 풀린다
발바닥이 돌고 강이 흔들린다
파장으로 노래를 듣고 치유의 성물을 주는 기타리스트,
나의 아픔이 공명으로 돌아온다
유리창을 넘는 흐느낌,
열개의 손가락으로 앙망하는 자를 달래주는 저 신의 손,
횡격막을 두드린다
새벽을 듣는다
—시집『부탁해요 곡절씨』(2016)에서
---------------
김송포 / 1960년 전북 전주 출생. 2008년 시집 『집게』로 작품 활동을 하다가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 현재 ‘성남 FM방송’ 라디오 문학전문 프로 〈김송포의 시향〉을 진행하고 있다. 시집 『부탁해요 곡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