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po 2016. 8. 21. 10:51

기일 / 김송포



어머니가 아궁이 속에서 살아 돌아오셨다
가마솥에 머무시더니
하얗게 눈을 비비고 한밤중에 오셨다
자욱한 안개에 바람을 불어
가난에 군불을 지피셨다
아이들은 구들장 차지를 위해
찬 방에서 발씨름 하며 깔깔거릴 때
매운 연기 피우며 자신을 태웠다
앙상한 뼈를 발라 시원하다 하셨다
나무가 타들어 갈 때마다
자식의 시름을 위해 컬컬한 먼지를 뒤집어쓰셨다
잘 나간 아들의 얼굴은 몸이 쇠약해질수록 보기 어려웠고
못난 손가락의 끈은 오래도록 붙들고 계셨다

뜨거운 연기 속에 탯줄같이 달아오른 연이
휘파람 되어 세상 밖을 떠돌아 다닐 때
자신의 몸을 태워 후광으로 비춰 준 것을
저 빛나는 아궁이 속의 춤이 되신 것을

제삿날,
허리 구부리고 아궁이 속에 다시 몸을 실었다
어머니는 타는 것이 즐거운 듯 웃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