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협연
songpo
2016. 8. 28. 09:00
협연
김송포
경포대 밤바다에서 파도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달이 바위에 내려와서 같이 협연을 하자고 찰싹 일 뿐
손을 잡는 일도 발을 잡아당기는 일이 없다
가끔 연인들에게서 폭죽과 쪽쪽 소리가 휩쓸릴 뿐
낮에는 멀쩡한 바위가 흐트러짐이 없고
밤에는 불빛이 하얗게 새어 나와 오리바위의 등만 비춘다
품을 듯 말듯 아득한 하현달은 서로 살을 깎으며
허리를 낮추어 소곤거린다
해가 뜨기 전에 맞추어야 할 선율이 있는데
달과 바위의 연주는 밤새도록 빗나가 있다
오리바위가 따라오는 하현달에
더는 물속에 있지 않을 거야,
내가 올라갈까
둘의 사이는 가깝다가 멀어진다
그녀의 변주도 바다에 소금을 탄 듯 밍밍하다
어느 날 사라진 남자를 대신 해 모래를 부수었건만
붉은 달이 바위를 핥아도
하룻밤에 눈물 몇 방울로 덧칠해도
표 나지 않는 억울한 상흔이
바위와 달의 사이만큼 들썩인다
---2016년 <미네르바> 겨울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