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의 시
티벳 사자의 문 / 김송포
songpo
2016. 8. 28. 09:06
티벳 사자의 문
김송포
당신은 기어이 떠나시렵니까
태풍의 눈을 솥에 넣고 밥을 안쳐야겠어요
빗물을 받아 차지게 맛을 내어야겠어요
약해져 가는 이로 씹을 수 없으니 꿀이라도 발라
눈물 밥 지어 올릴게요
땅과 땅 사이에서 맴돌며 바깥을 두드리던 매미처럼
고요에서 살던 흔적을 기억할게요
시침은 오른쪽으로 간다지만
분침이라도 왼쪽으로 돌려져 있는지 살펴볼게요
고두밥이 된 마른 알갱이처럼 말라 가는 당신
굳어 버린 밥을 햇볕에 말려
구수하게 끓인 누룽지라도 먹고 가시면 안 될까요
강풍에 잃은 시계라도 찾으러
한 바퀴 돌고 오시면 떨어진 거리만큼 가까이 있을게요
티베트 염정의 문 앞에서
고개 저으며 눈을 돌리시더니
이 벽과 저 벽 사이에서 울리는
종소리, 듣고 계시는 건가요
끝내 가시려거든 풀다 만 옷고름 여미셔야지요
왼쪽과 오른쪽의 문이 멀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