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의 시
수첩 / 김송포
songpo
2016. 9. 6. 17:44
수첩 / 김송포
손을 뻗쳐 비밀의 다락방으로 들어 가 보니 밀알이 숨어 문을 잠가 놓고 있다
어둠을 식히지 않았고 따뜻한 밥이 아랫목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날개는 한쪽 팔을 잃어 심장 소리 나직이 들리고 사연을 마시다 잠이 든 연가도 흘러나온다
어미 찾아 여행을 떠나고 천장에 납작 엎드려 바닥에 웅크리고 잠을 자던 해안에서 숨을 쉰다
빛바랜 달력에 동그라미 치던 이자 날,
독촉하던 일수 집 아주머니 지금은 어디에 계실까
고양이가 발가락 물어뜯으며 핥던 신발은 주인을 잃고 집 안에서 흔적을 찾던 벽장 속에서 하품한다
기억은 물고 떠나가서 강을 헤엄친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고 태워도 태워지지 않는 그 시절,
언제까지 밤에 머물 것인가 언제까지 객지를 떠돌아다닐 것인가
이름은 태양을 전전하다 명왕성까지 떠돌다 머물 것이라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