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포의 시
경기신문 발표
songpo
2016. 11. 15. 11:23
경기신문 모바일 사이트, [아침시산책]개심사 - http://m.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4994
개심사
/김송포
해우소에 앉아 죄를 떨어뜨리고 나면
뒤가 깨끗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산문 밖을 나서서도
냄새의 혐의는 지울 수가 없었다
- 시집 ‘부탁해요 곡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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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의 백미는 역시 개심사 왕벚꽃이다. 흔하디흔한 여느 벚꽃과 달리 애기주먹만한 꽃숭어리 흐드러진 개심사 벚꽃들은 색깔도 가지가지, 그 중에서도 개심사에만 있다는 청벚꽃 만나는 일은 큰 안복인데 꽃사태 속에 정신줄 놓고 있다 보면 문득 소박하다 못해 꽃빛에 치어 더욱 초라한 건물 하나 눈에 띈다. 심검당이나 범종각 기둥처럼, 뒤틀리고 휘어져 예스럽고 멋들어진데 누구도 선뜻 들어서길 꺼려하는 해우소! 육신의 근심이야 거기 들어 아득한 바닥에 떨어뜨리면 그만이지만 천 근 마음에 덕지덕지 앉은 죄의 무게는 어쩔 도리가 없겠다. 해우소,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닌 불이문이 거기 아닐는지. 꽃이 똥이고 똥이 꽃 아닐는지. 짧은 시 안에 시인의 성찰이 돌올하다. 그런데 그 해우소, 최근에는 리모델링해서 더 깨끗하고 세련되어졌는데 정감은 영 옛만 못했다. 냄새는 여전히 내 뒤를 따라오며 나를 혐의했지만.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