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실

벼룩

songpo 2013. 4. 28. 21:43

벼룩


병동에서
몸에 늘어져 있는 주머니가 궁금했다

할머니
가슴에 풍선 주머니는 왜 달고 다니신대요
젖가슴에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수컷이 있다는데
내 몸속으로 어찌 들어왔는지 몰라
뙤약볕에서 죽으라고 콩 심은 것 거두고
깻잎 털어 기름 짜서 자식 주었는데
봉오리에 수놈이 들어와 갉아 먹고 있다네
가슴팍에 박힌 것 만만히 보고 달려들었던 게야
나도 여자라고 조그만 놈이 빨아 먹었던 게야
난 멍울이 따끔거려 꽃 피는 봄날이 오려나 했지
그나저나 고놈
용감하다니까
간을 빼 먹어도 션찮은 것
속살 우려먹는 불쌍한 것
빌어먹을 것이 없어 살을 우려먹어
아프지 않다면 나물 무치듯
버무려 그냥그냥 살 것인데
후벼 파서 견딜 수 있어야 말이지
 
누가 알아주지 않는 몸이야
너라도 내 몸에 붙어 기생하다니
고맙기도 하다만
간보다 더 맛있는 게 고작 꽃무덤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