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황인숙의 「내 삶의 예쁜 종아리」감상 / 이소연
songpo
2017. 1. 11. 05:31
황인숙의 「내 삶의 예쁜 종아리」감상 / 이소연
내 삶의 예쁜 종아리
황인숙(1958~ )
오르막길이
배가 더 나오고
무릎 관절에도 나쁘고
발목이 더 굵어지고 종아리가 미워진다면
얼마나 더 싫을까
나는 얼마나 더 힘들까
내가 사는 동네에는 오르막길이 많네
게다가 지름길은 꼭 오르막이지
마치 내 삶처럼
—《문학과 사회》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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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과 내리막 몇 번을 넘고 나서야 깨우치는 삶이 있다. 오르막은 무릎 관절도 발목도 종아리도 굵어지게 하고 숨도 차게 한다. 그러나 오르막을 오를 때 우리는 더 희망을 갖게 된다. 더 높이! 세상 끝에 서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내려다보고 싶어서다. 지름길이 오르막인 동네가 떠오른다. 오르막을 오를 땐 두 주먹을 움켜쥐게 된다. 잘 살기 위해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아니다. 기쁨이 넘쳐나는 장소다. 잠시 행복했던 일을 떠올리기 쉬운 시의 성소이기 때문이다. 오르막! 삶이 멀고 먼 미래라고 여길 때! 나도 오르막길을 오르고 싶다.
이소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