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실

열쇠

songpo 2013. 4. 28. 22:03

열쇠 

                                                        김송포
 

가방 속에 지니고 다녔던 열쇠를 잃어버렸다
허둥지둥 밟아 온 길 두리번거리며
줄기차게 구멍을 찾아야 했다
 
있던 자리에서 발 구르며 버스를 기다린다
엎질러진 가방 속에서 튀어나와
주인을 잃고
바닥에서 동동거리고 있을 열쇠

낙엽속에 뒹굴다가 누구의 손에 옮겨졌을 열쇠는
쇳덩이로 전락하고
번득 스치고 지나간 자국 다시 밟았을 때
그 자리에 잃어버린 기억이 덩그러니 있다

아파하면서 잃어버린 채
문에 맞는 구멍을 찾아가기 바빴던 날들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어가며 뛰어다녔다

바람이 스산하게 불던 날
구석에서 울며 잘려나간 손톱처럼
안에서 놀던 아이 세상으로 내보내고
손가락 마디마디 추위에 떨고 있을,
 
지나간 자리 다시 밟았을 때
잃어버린 것은 열쇠가 아니라 나의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