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입 /김송포

songpo 2017. 4. 26. 11:44

 

 

 

김송포

 

 

바깥으로 제일 먼저 통하는 문이다. 거기엔 유리가 있다. 듣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최초의 그리움이 바깥을 향해 벌리고 있다. 숨을 쉬는 구멍이 있어서 죽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달콤한 유희로 말을 하면 풀리는 관계가 있다 관계를 하지 않으면 궁금해서 못 견디는 감옥이 있다. 닫아야 산다 모른척 해야 산다. 바깥은 열려있지만 닫아야 할 이유가 있다. 검은 먼지가 주위를 돌아다닌다. 진공청소기로 언젠가 빨려 들어가 죽을 것이다. 관계는 살았다가 죽는다. 열려 있을 때보다 닫혀있을 때 관계는 살아있다. 말이 귓전에서 울린다. 웃겼다 울렸다 여닫는 열쇠다. 관계는 입에서 시작해서 입으로 끝난다. 유세도 입에서 시작하고 이별도 입에서 끝난다. 변명하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입을 통해 죽인다. 거짓으로 녹이는 이중적인 혀가 입에서 벗어날 때 혼란스러운 변명이 된다. 입이 없는 너와 귀가 없는 나는 관계를 나눌 수 없어서 깨끗하다

 

 

 

만돌린을 든 여인

        -타마라 렘피카

 

 

나는 만돌린처럼 부드러워지려고 해요

나는 소극적이고 말수가 적으며 매혹적이지 않아요

나는 강렬하지 않고 착한 콤플렉스에 빠져있거든요

 

나의 존재를 둘러싼 공간과 구조에 명령을 내려보고자 주먹을 불끈 쥐지만 금세 풀어지곤 합니다

침침한 구름 사이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우울함을 날려 보내고 변화를 주려고 미술관에 가죠

창조만 하고, 눈물을 쏟아내야 한다면 결국 지쳐서 우울증에 빠지고 말죠

 

기계적인 눈썹을 달고 보석을 끼고

만돌린을 든 여자를 보며

강철같은 눈을 가진 여인이 되려고하지만

(타마라 렘피카0를 닮을 수 없네요

 

도저히 그녀를 가까이 할 수 없어요

남자에게 매혹적인 눈을 흘깃거리며 나에게 짧은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만 

퐁 하고 눈물을 빠뜨리는 난 어깨가 들썩거려요 

 

타마라, 그녀의 반의반에 반이라도 닮아

아르데코의 시녀라도 될 수 있을까요

그 한계점에서는

정상적인 규칙들을 무너뜨려야할까요

 

바보 같은 바보가 바보의 눈물을 미술전에서 후~ 달래고 왔어요

 

----2017< 시현실 >여름호

 

이메일; cats108@hanmail.net

우편:22001

주소: 인천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42번길 95.1004동 601호(송도동, 더샵엑스포)

약력: 2013년『시문학 』등단, 『집게 』『부탁해요 곡절 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