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마누라와 6펜스 /황상순
songpo
2017. 5. 3. 16:00
마누라와 6펜스
황상순
그대 평생
한 번도 뒤를 보여주지 않은
내 생의 방 창문에 붙박이로 떠 있는 달
수보리여,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과 번개와 같다지만
사막일까 깊고 푸른 바다일까
공空이면 또 어떠한가
물속의 달 줍기 위해 나는 타히티로 가네
평생 그리울 너의 뒤통수.
누구신지
황상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평촌리
오래된 집 앞에서 기웃거린다
이 처마 저 서까래 낯익은 모양들을 살피다가
기둥에 달린 낯선 문패를 읽다가
아직도 방문 앞에 앉아 잇는 닳아진 댓돌이며
종내는 없어진 흙담장 모서리까지
사라진 길까지
그러나 인기척을 내며 함부로 마당에 발길을 들이다간
누구세요? 경계의 눈총을 받아야 하는
낯선 객, 나는 너무 늦게 돌아왔구나
오래 전 북극성처럼 까마득히 먼 오래 오래 전부터
우리는 낯선 떠돌이별 아니었던가
나그네 아니었던가
풀도 나무도, 강물도 바위도, 바람도 구름도
곧 스러질 해거름의 긴 그림자에게
초저녁 어스름에게 혼령처럼 찾아든
달에게도 별에게도 묻는다
누구세요, 정말 누구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