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인천 작가 사화집 원고

songpo 2017. 6. 29. 14:58

 

휴게소

 

김송포

 

폭소를 잃었다

폭소가 무엇인지 모르고 가져갔을 것이다

네모의 화면에선 폭소의 이빨을 보여주었지

다리와 손은 하늘을 찌르고 땅을 두드리다가

슬픔의 시를 읽다가 슬프다고 노래를 불렀지

장미를 부르자마자 천둥이 폭소를 지우더니

궁둥이 흔들며 치마를 돌리며 베개를 돌리더니

서산 마애 여래 삼존불의 미소가 흔들렸어

그녀의 막춤과 비교될 순 없어 미소를 넘어 폭소가 더 찬란하지

찬란 뒤에

까맣게 지워야 할 것들이 있는 듯 폰을 놓고 나왔어

화장실에서 미소가 5분 만에 사라졌어

그래, 폭소를 가져가서 잘 살 자신 있으면 백제의 미소 길에 떠올라라

폭소를 태우던 밤은 머릿속에 저장해 놓았을 테고

네모의 창은 미소로 키우면 될 터

얼굴은 새로운 당신으로 채우면 될 터

도둑은 미소를 잃고 부자를 잃고 세계를 잃을 터

 

 

 

혹이 사라질 즈음

 

나는 오늘 살아 있다 나는 오늘 죽어 있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 나는 죽었다 피어난다

머릿속에 혹이 피었다

여기저기 피는 저 환한 자유를 죽일 수 없다

손톱으로 각질을 떼어내도 혹은 수시로 일어선다.

내 안에 우주가 생겼다

당신이라는 커다란 우주가 매일 들락거린다

곧 사라질 당신이지만 양귀비가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있었다.

혹, 죽이면 당신이 지워질 거라고 믿었고

혹은 추울 때마다 불을 켰다

내 머리를 관통하는 출구였다

나의 몸속에 우주적인 길을 내어 피를 맑게 할 당신이 옆에 있다

누가 나에게 화관을 얹어 줄 수 있을까

이쁘다. 당신이라고 부르짖은 너는 모자였다

가을이 가면 죽을지 몰라 겨울이 오면 돌아올지 몰라

혹이 자라면 어머니가 만들어준 방에 들어가야 해

42도의 온도로 유지된 방에서 놀다 가야 해

피지 말아야 할 당신이라는 꽃은 죽다 살아나고 살았다가 죽는다.

모자를 벗어야 할 즈음 우주로 피어 있을 혹,

있다가 사라지곤 하는 당신

 

 

새우

 

 

 

팬에 소금을 깔고 새우를 구워보자고요

새우는 뜨거워서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뚜껑을 닫아라. 도망치지 못하게,

멀리 뛰어봐도 붙들리는 꼬리입니다

 

던져지기 전에는 검은 속살이 싱싱했습니다

죽음 직전에 살아있는 나는 싱싱해서 연발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늘은 그만 몸을 비틀어야 해요

끌려갔을 때 허리를 꼬고 목을 저어봐요

반듯하게 맞서고 있을거예요 그런데 다시 무너뜨렸습니다

 

절대로 물을 뿌린 적이 없습니다 하라는 대로 막았을 뿐입니다

죽지 않으려고 집을 잠시 나갔다가 물에 맞아 죽었습니다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비를 맞은 사람들이 오늘도 세차게 옷을 갈아입습니다

울어서는 안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야 합니다

가시가 극형에 처해 부서져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무덤의 자리 하나 남겨두어야 합니다

 

목 안에서 피가 웃어요

붉은 등이 벗겨진 속살은 달착지근해요

머리를 먹는 순간

바.사.삭

부서지는 눈물을 삼키고 목구멍을 채운 나는

다시 소금 위에서 새우를 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