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오름 /김송포

songpo 2017. 10. 25. 17:54

오름 1

-오름이 고민이라면

 

김송포

 

오름 오름 오름을 사라

 

 

샘터가 있는 오름을 얼마 주고 살래

발걸음 수천 자국을 찍어주고 오를래

검은 돌 수백을 밟고 오를래

 

 

빠름 빠름 빠름은 어울리지 않아

급한 오름을 느긋하게 갈 수 있는 자율이 필요해

 

 

수천의 오름을 가야 한다면

얼마나 오르는 것이 정상을 오르는 일일까 고민해

 

 

구멍 뚫린 돌을 얼마나 밟아보았나

제대로 윗세오름이라고 밟은 적 없이

글자 한 자에 성심을 걸었던 것이 전부

 

 

유일한 구원일까 구슬일까 오름일까

차마 오름을 살 수 있다고 각성을 하지

 

 

오르고 나서

동전 주머니 털어 함성을 사라

샘물은 땀을 고요히 받아줄 테니

 

 

오름 2

-눈썹 아래  당신

 

 

 

눈썹 바위 아래에서

절을 하는 남자

천 열 한 개의 계단을 밟으며 올라가 보았자 눈썹 아래

 

남자의 눈썹은 화를 낼 때마다 눈썹꼬리가 올라가

눈썹이 어디까지 올라가 있는지 살펴봐

반만 올라있을 때 중간 정도로 화답하면 될까

 

갈매기가 날개를 털자

가을낙엽 떨어지듯 낮은 목소리로 바닥을 기면 어떨까

 

하얀 눈썹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자

능구렁이가 되어

젖어 밟히거나 구르거나

 

갖은 수발 다 들어주며 비위 마쳐준 눈썹에 절을 해

오늘, 당신의 눈썹이 부처의 이마를 닮았어

 

두 손을 모은 여자

눈썹 아래 바다를 둔 이유가

눈 굴려봤자 눈썹 아래 눈이지만

올라야 할 때가 지금 

 

 

 

 

오름3

-새별 나팔 소리

 

 

밤에 떨어지는 별똥 별인줄 알아

별은 없고 억새 아래 푸드 트럭에 냄새를 피우고 있어

 

사내가 의자에 앉아

트럭에 작은 소품을 진열해 놓고 구경을 하든 말든 관심 없어

나팔 소리, 바람을 타고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서투르게 불면서

억새의 흔들림이 사내의 역경처럼 흔들려

푸른 청춘을 위한 연가로 들려

 

그에게 오름이 왜 없겠어

이것저것 부려보고 돈을 위한 직업은 없고

억척스럽게 사는 바람으로 지루했는지 몰라

 

시선을 고정해 봐

달달 볶으며 지내 온 시간 앞에 오름을 위해 전력투구해 봐

오름이 없으면 못살 거라고  

슬슬 꾀가 나기 시작하면서

설마 봉우리까지 오르기야 할까만

 

오름이 좋아 하늘이 좋아 

 

샛별은 간절히 원해

저물어도 오름은 오름이고

돌아와도 돌이켜도 오르고 싶은 네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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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제주도는 언젠가 가야 할 로망처럼 두고두고 아껴 온 섬이다. 결혼 후 십 주년 때 가보았으나, 그곳에 인연이 있는 것처럼 아들이 제주도로 발령을 받아 안착했다. 그 섬에서 아들이 매일 출퇴근하며 보낼 일이 생긴것이다. 고향처럼 발을 디디고 오름이란 오름은 가 보기로 했다. 몇 군데 간 곳곳의 면밀한 서정의 숨은 돌과 물과 초록이 마음을 정돈시켜주고 있었다 .질서는 아닐지라도 뭔지 모르게 경건함이 묻어있고 급하게 살아온 자신을 내려놓고 쉬업쉬엄 올라가야 할 평온이 그 곳에 있었다. 그래서 오름의 연작시 형태로 오름을 정리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우연히 제주도를 다녀 온 후 청탁이 와서 제주도의 풍광을 다시 새길 수 있는 행운이 온 것이다 언제라도 오를 수 있는 오름이 여기에 있으니 이 또한 즐거운 라라랜드가 아닐까. 수백의 오름을 오른다 해도 다시 내려와야 하는 이치를 알지만 발 디딘 순간의 기쁨이 있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