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사사로운 일들의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songpo 2017. 12. 24. 13:39

사사로운 일들의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김송포

 

어디선가 앞보다 뒤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관심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가 관심을 놓아버린 관계의 식을 만들어 보자

 

지하철에서 둘이 부둥켜안고 있는 남녀는 누구의 방해를 받고 있는 줄 알면서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아슬한 자세를 흘깃거리며 본다는 것은 즐거운 라라의 느낌이다.

 

천천히 관계를 수정하며 풀어 보자. 눈 오는 밤을 달리며 새벽을 뒤지는 사이에 고기 굽는 사내는 졸면서 마감을 알리는 청년에게 눈부시게 미안하다고 했다. 너와 나 사이의 관계는 아직 유효하다

 

등기를 한달 째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개인 편지를 그렇게 공개하면 어떡하냐고 핀잔을 들었다. 누구를 위한 자랑인지 밥을 일단 먹고 생각해 보자. 겉보다 안의 관계가 궁금하다는 것은 어떤 공식으로도 풀리지않아 난감한 미지수다

 

엎드려서 책을 읽는 너의 육체가 정숙한 여인이라고 제목이 붙여졌지만 뒤태를 인정한다. 아스팔트 같은 칠흙으로 덮여있는 배경이 더 매혹적으로 보이는 것이 유력하다. 하얀 거품을 걷어낼 때 보다 빨래를 행구고 물을 버릴 때 더 개운한 상태로 관계짓고 싶다

 

관심은 서로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공식이 된다. 놓아버린 관계에서 지워가는 것이 답이라면 실수다. 실망을 더 하고 분노를 뺄 수 없는 관계에서 제로인 상태로 돌아간다. 앞도 뒤도 궁금할 이유가 없어진다

 

 

 

 

 

하마와 냉장고

김송포


입 벌리고 주인 자리를 노린 하마가 있다


아귀는 바다를 유영하다 떠 밀려 살과 뼈가 하마의 입 속에서 우드득, 칼칼한 목을 축이다니

칸과 칸 사이 얼음을 녹여 허기를 채우고 빗물과 강물에 고인 웅덩이에서 몸을 씻고
혀와 목구멍 사이에 막힌 침묵으로 간을 보다니

 
유리 안쪽에 맺힌 눈물도 입으로 핥아 장을 쓸어내듯 위를 늘리고, 
굶주린 눈이 바닥을 걷는듯 유통기한을 무시하고 바다로 가서 헤엄하다니

하루에 수십 번 훑고 지나가건만 배를 채우지 못하고 빈 구석에서 잔반을 나머지 반을 기다린 너나
몸집이 크면 클수록 늘어나는 나의 위장술이나, 비우고 비워도 채워지는 욕망의 부피만 커지다니

 

안에 갇혀 있는 너와 나의 외침이라니

 

숨 좀 쉬자고요

 

---2017.<포지션> 겨울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