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질문에 답이 없어야 하는 것들 / 김송포

songpo 2018. 1. 10. 22:34

 

질문에 답이 없어야 하는 것들

 

 

김송포

 

 

무슨 ? 하고 물었을 때 무슨 이유였지. 무슨 이유가 있어야 했나. 물어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간격은 어디에서 벌어졌지 의문에 물음표를 만들어 고민을 건너고 처음 시작했을 때 소리는 북에 가까웠고 중간 즈음 왔을 때 별들을 불러 모았고 끄트머리쯤 왔을 때 돌로 굳어 있었다

 

시작하지 말걸. 밤마다 언어로 그림을 그리라고 주문하더니 정작 그림을 그리면 찢어버리라고 했어

이유가 없을 땐 흐트러지지 않았고 진행이 되었지만, 이유가 있는 것은 정리해야겠다는 말, 틈 사이로 바라본 후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요가로 몸을 뒤틀면서 생각해 볼래. 어디까지 꼬을 수 있나 두 바퀴 돌려볼래.

 

한 밤중 시간은 참으로 길고 멀었다 말의 잔치에 초대되어 파티복을 오래 입고 춤을 추었지

굽 높은 구두를 벗고 올린 머리를 풀고, 꽂았던 핀을 빼고, 잠옷으로 갈아입어야 해.

연못에 던지며 놀았던 양면의 동전 놀이를 멈추어야 해

 

무슨 일이지. 수많은 물음표에 수레를 끌고 왔던 말들의 줄다리기 그만 할래

무슨 이라는 단어에 방울방울 맺힌 입들이 웃고 있다

 

무슨 일 없어

 

---<현대시> k-poem 사화집 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