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어디서 사슴의 눈도 늙어가나
songpo
2018. 8. 16. 10:43
어디서 사슴의 눈도 늙어가나
-고산지대 (高山地帶 )
고형렬
파란 고산지대엔 벌써 가을
처연함에 반소매는 아무래도 짧은 것 같죠
또 언제 이렇게 되었나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첫가을이 온 것은
아침 해도 스치면 떨어지는 이슬을 먹으려고
산마루에 떠올랐다 그 해 있는 곳은
시의 나라에선 천공 속의 바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지 않은 적이 없었다
파도와 흰 구름과 새벽과 함께
이렇게 파란 배추와 무는 처음 보았네
한 번쯤 팔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게 되는 것은
다시 거둘 수 없는 생의 높이 때문일지
어른보다 먼저 아이들 얼굴에
가을이 와 있었다
아이들이 늘 세상과 아버지를 걱정하죠
가을은 그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또 지나가고
생채기 하나 유리금 긋는 저 고산지대
어디서 사슴의 눈도 늙어가나
2018년 <유심작품상>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