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Lo-fi /강성은
songpo
2018. 11. 21. 18:59
Lo-fi
친구는 우울하다고 했다
친구여 오늘은 내가 옆에 있어줄게
하지만 내가 옆에 있어도
우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갔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았다
다음 해 극장은 사라지고
밤새 불 켜진 쇼핑센터가 되고
혼자 온 사람은 텅 빈 커다란 카트를 끌고 돌아다닌다
쇼핑센터는 예식장이 되고
예식장은 병원이 되고
병원은 주차장이 되고
주차장은 유치원이 되고
유치원은 납골당이 되고
우리는 납골당에 갔다
친구는 여전히 우울해 보였다
여기도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어두운 한낮
파도가 출렁이는 소리
들으며 오래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