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겅 박힌 큐빅이 빛난다 -김송포
너덜겅 박힌 큐빅이 빛난다
김송포
내장산 중턱에 가면
높은 곳의 큰 바위가 오랜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산 아래로 떨어져 쌓인 돌이 흩어져 있다
사랑의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 신랑 신부가 딸각 소리가
나지 않도록 정성스레 거닐어야 아들을 낳고
마음에 간직한 소원이 성취된다는
전설이 깃든
너덜겅 다리 앞에서 멈추었다
과연 조용히 건넌 다리였을까
어찌 소리 나지 않고 돌다리를 건널 수 있겠는가
삼백 년처럼 무수한 쇳소리와 은수저 다듬는 소리로 부수던 나날,
이젠 웬만큼 둥그러지기 시작하고
세 발 물러서고 한발 다가가는 갸륵한 술수만 생겼다
다이아몬드가 어찌 생겼는지 관심 없이 살았거늘
목걸이, 팔찌를 해주겠다고 보석판매장에 데리고 간다
무수히 떨어진 별똥별이 지나간 시간은 빛나기만 하던 날이었을까
큐빅 박힌 목걸이로
삼십 주년의 기념일을 무사히 통과시키던 날,
고비사막에서 고운 가루로 날리진 않았어도
사랑은 삐끗하다가 건너간 다리처럼 너덜너덜 박힌 큐빅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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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삼십 주년의 기념일을 챙기겠다고 보석판매장에 가자고 한다. 다이아몬드를 사주겠다고 벼르던 중이었다. 그곳에 가기 전 내장산에 들르자고 한다. 중턱에 오르다가 너덜겅이라는 팻말 앞에 멈추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하다가 우리 살아온 날의 돌 들에 물었다. 소리 내지 않고 살아온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 무수히 박힌 화살들로 생채기를 내고 그것을 참아내느라 다지고 다졌던 시간이었다. 참으로 잘 견뎌내고 돌처럼 단단해졌다. 마음이 흩어진 길을 만들어 산에서 떨어진 돌을 다시 건너게 되었을 때, 우리는 최대한 소리 내지 않고 걸으려 사뿐사뿐 가볍게 디디려 했던 것처럼 무사히 건너온 보석 같은 여정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다이아몬드는 큐빅으로 바뀌었을지언정 당신과 여기까지 온 것만큼 큐빅이 빛을 내고 있다
---2019. <힐링문화> 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