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시문학> -김송포

songpo 2019. 2. 8. 21:02



원피스에 대한 기다란 생각


김송포



가끔 아니 자주 기다란 생각을 해

 

머리와 배와 다리가 따로였을 마네킹에 옷을 입혀 보렴 

허리가 잘록 들어간 옷에 시선을 고정해 

"원피스를 꼭 입고 말 거야"

아가씨 옷 파는 몰에서 옷 두 벌을 가볍게 지른 후

"뜨악~"   


편지와 엽서의 차이를 인정해 

착각할 수 있어

확대경 속으로 빠져들더니

지금을 잊고 여름을 잊고 젊음을 잊고

실수를 반복하는 사건을 저장해


실제를 잊어야 해 

관념을 지워야 해

영롱한 육각형의 별을 보는 즐거움을 상상해

 

기다란 원피스를

롱~하게 입고 

로망 하는 그날까지 

롤랑 머물러 보려고요 






관심을 위한 랩소디




너는 달아나고 있는 거니 

관심이 없으면 줄행랑치듯 언제 데리고 다녔냐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는 거니

 

의자에 앉아 문을 조여야 하고 손을 모으고 조각을 나누어야 하는 일 


거부해, 

넋을 놓으며 던져버리고 싶은 날이 있어

섬세한 단어를 거부해 

식식하게 밥을 먹고 의연하게 운동해

오로지 다이어트하기 위해 구석에 떨쳐두고 뼈다귀만 움직여


소홀히 하면 금방 알아채는 연인 같은 실체가 궁금해 

너와 상관없이 움직여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물어

할 일을 잊었니


나무가 얼어

머뭇거리는 일처럼

마른 잎이 타고 

하루에 한 번이라도 불러 달라는 시를 위한 랩소디


==<시문학> 4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