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오은의 「생일」감상 /장석남

songpo 2019. 8. 5. 06:20



오은의 생일감상 / 장석남

 

생일

 

   오 은 (1982~ )

 

 

축하해

앞으로도 매년 태어나야 해

 

매년이 내일인 것처럼 가깝고

내일이 미래인 것처럼 알았다

 

고마워

태어난 날을 기억해줘서

 

촛불을 후 불었다

몇 개의 초가 남아 있었다

 

오지 않은 날처럼

하지 않은 말처럼

 

죽을 날을 몰라서

차마 꺼내지 못한 채

 

............................................................................................................................................................................................................................

 

   실은 '생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오늘의 몸은 어제의 몸이 아니고 오늘의 마음이 내일의 마음과 같지 않으니 매일매일이 생일인 셈인데 관습은 늘 매년 '생일'을 기념합니다. 서양에서 건너온 생일잔치대로 케이크를 사고 촛불을 켜고 주인공이 후, 날숨을 불어 촛불을 끕니다. 하나 촛불을 모두 끄기에 힘이 없습니다. 불이 다 꺼지지 않았습니다. 가물거리는 불빛 그림자가 함께 한 얼굴 모두에 얼룩을 만들었을 겁니다. '오지 않은 날처럼' 모두 침묵합니다. 준비한 ''을 삼킵니다. 죽음을 애도하는 듯한 이 '생일' 잔치는 삶의 근원을 다시 돌이켜 보게 합니다. '고마워/ 태어난 날을 기억해줘서' 이 평범한 한마디는 긴 그림자를 남깁니다. 그 속에 잠겨 있는 눈동자는 삶의 깊은 잠언입니다.

  장석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