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강현국의 「金煥基」 감상 / 장석남

songpo 2019. 12. 10. 20:11



강현국의 金煥基감상 / 장석남

 

 

金煥基

 

   강현국(1949~ )

 

  

.

점이 있다.

점점 흐느끼는 점점 점이 있다.

점점점 출렁이는 점점점 점이 있다.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점점 비 오는 점점 창 밖에

점점점 노랗게 속삭이는 점점점 점이 있다.

 

내 그리운 구병산이여

 

점점 이륙하는 점점점 푸른 점점점점이 있다.

점점 착륙하는 점점 빨간 점 점점이 있다.

점점 반짝이는 점 점 점이 있다.

점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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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1970

   수화(樹話)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는 당시 성북동 골짜기 이웃에 살던 이산(怡山) 김광섭의 시 저녁에에서 왔습니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우주의 첩첩광활 속에서의 한 점 생과 인연에 대하여 공감한 수화는 검푸른 색채의 수많은 점묘를 찍으며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합니다.
   여기 또한 후세의 시인이 있어 그 시와 그림을 '거울' 삼아 자신의 모습을 비춰봅니다. 전통은 이렇듯 면면(綿綿)합니다.
   이 그림과 같은 시기의 대작 우주가 거액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사후에 매겨진 깊은 고독의 값어치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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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김광섭(1905~1977)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