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국의 「金煥基」 감상 / 장석남
강현국의 「金煥基」 감상 / 장석남
金煥基
강현국(1949~ )
점.
점이 있다.
점점 흐느끼는 점점 점이 있다.
점점점 출렁이는 점점점 점이 있다.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점점 비 오는 점점 창 밖에
점점점 노랗게 속삭이는 점점점 점이 있다.
내 그리운 구병산이여
점점 이륙하는 점점점 푸른 점점점점이 있다.
점점 착륙하는 점점 빨간 점 점점이 있다.
점점 반짝이는 점 점 점이 있다.
점이 있다.
점.
............................................................................................................................................................
김환기,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1970
수화(樹話)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는 당시 성북동 골짜기 이웃에 살던 이산(怡山) 김광섭의 시 「저녁에」에서 왔습니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우주의 첩첩광활 속에서의 한 점 생과 인연에 대하여 공감한 수화는 검푸른 색채의 수많은 점묘를 찍으며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합니다.
여기 또한 후세의 시인이 있어 그 시와 그림을 '거울' 삼아 자신의 모습을 비춰봅니다. 전통은 이렇듯 면면(綿綿)합니다.
이 그림과 같은 시기의 대작 「우주」가 거액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사후에 매겨진 깊은 고독의 값어치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장석남(시인)
------------------------------------------------
저녁에
김광섭(1905~1977)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