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김송포/ 유리에서 네가 태어난 줄 모르고
songpo
2021. 5. 23. 10:13
유리에서 네가 태어난 줄 모르고
김송포
유리 바깥에서 안쪽의 유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다양한 모양을 하고 피어난 유리알의 형체
유리 안의 모습이 아버지의 시간이란 것을 알까
어떤 모양으로 피어날지 모르는 선택의 실수가 있었다
다양한 악기를 배우며 알지 못할 근원 속으로 빠져
한탄강을 건너고 숲 소리도 듣고 자막을 건넜다
아버지의 기술을 딛고 일어선 자국
유리로 태어나 유리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아버지 안에 아들이 있고 아들 안에 아버지가 있는
곧 빛날 너의 행생,
투명한 유리의 휘어짐이 얼마나 각도를 구부려야
아버지의 모습에 닿아있나
눈을 뜨기 위해 깨져야 하는 시간
어깨는 구부리고 휘어진 계절이 비치고
거울은 경계에 서서 구부릴 줄 모르지
아버지가 건너왔던 수많은 물살
유리에서 네가 태어난 줄 모르고
시간은 그렇게 반사되어 유리벽에 살고 있다
시작노트:
천연 색색의 투명유리로 만들어진 모양의 다양한 유리를 보았다. 아버지와 자식은 같은 유리를 바라보고 뒤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라는 것을 모른 체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다. 문득 유리 뒤에 비친 모습이 너무 닮아서 놀랐다. 앞에선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아른거리는 유리 사이로 아버지는 지나온 자신의 모습을 닮은 아들이 자신의 길을 걸으며 유리에 비치고 있는 줄 모르고 유리 바깥의 아들을 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