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페이퍼 인형 /김송포

songpo 2021. 6. 13. 16:49

페이퍼 인형

 

김송포

 

 

분홍이 흔들리더라

분홍은 슬픔이 느껴지는 음악이더라

연분홍 치마가 개털에 휘날리더라

 

새벽에 우는 앵무새가 인형이던 여자가 있다

 

옷을 입히고 주무르며 가지고 놀았던 인형 그것은 멈춰진 시간을 깨우는 기억이다 바람이 부는 곳에는 로라가 있다. 순백의 종이를 투과하는 로라가 그림자를 드리우자 사랑을 깨우는 남자가 달아나더라

 

로라의 다리를 만지던 소행성이 우는구나

세상에 드러내서는 안 될 주머니에 총을 겨누는 인형, 주물럭거리는 손, 하룻밤의 인형이 나도 나도~`라고 외치자 방향을 잃은 채 착잡하게 새벽을 나서자 머리칼이 나뭇가지에 걸리더라

 

페이퍼 인형은 구겨지고 놀이하던 남자가 달빛 아래 줄행랑치다가

문득

단추를 풀던 맹세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밤이 아프기만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