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신문 게재 -김송포의 시
미라는 어쩔 수 없이 / 김송포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이 있다
몸을 묶어 관에 가두어야 할 일이 생겼다
알고 있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 혓바늘이 돋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 지워지지 않는 현장이 있다
하나둘씩 의심이 벗겨져 감긴 붕대가 풀렸을 때
어쩔 수 없이
입을 닫고 눈을 감고 관을 닫아야 할 일이 있다
절대 관을 열어서 안 되는 것들이
파란 기와에도 유리문 밖에서도
모른 척해야 지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미라의 시체는 썩지 않게 보존되지만
나는 썩어야 살 수 있다
관 뚜껑에 그려진 얼굴이 박제라고 생각하자
어쩔 수 없이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관을 덮고 사실을 덮고
거짓을 재울 수밖에
피라미드의 저주가 곰팡이 때문이라고 해도
관 속에 현재의 사실을 넣어 미라로 보존해야 할 일이 있다
시작노트:
'지워지지 않는 현장' '입을 닫고 눈을 닫고 관을 닫아야 할 일' 모른 척 해야 지낼 수 있는 것들은 에고ego와 슈퍼에고 suoer-ego의 검열을 거부하고 아버지의 법칙을 위반한 사건- 상처이다 그것은 트라우마처럼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것은 지워지지 않으며 유령처럼 끊임없이 출몰한다 지워지지 않는 현장의 반대편에는 그것을 지우려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모른 척해야 지낼 수 있는 것들의 건너편에는 그것을 알리고 드러내야 한다는 점등affact이 존재한다 이러니 누가 주체의 분열을 피할 수 있으랴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사실을 덥고 거짓을 재울 때'에 주체는 이리하여 경계에 선다 그들은 한 주체 안에 있는 두 개의 주체이며 선택의 순간에 분열되는 주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