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집에 의문이 산다
산속의 집에 의문이 산다 외 1편
김송포
동막골보다 더 깊은 산속의 집 찾아갔다 무너져가는 지붕과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안채에 발을 들여놓았다 백 년 전과 현재와 백 년 후가 놓여있는 가구들이 널려 있다 어디에 눈을 멈추어야 할지 몰랐다 안방의 벽지에는 붓으로 사조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 있고 안방엔 컴퓨터와 앰프가 있다 그 안쪽의 벽에서 곰팡내가 났다 한쪽엔 드럼과 정수기가 있고 주방엔 가스레인지와 그릇이 빼곡히 있다 찬장엔 산 복숭아, 질경이, 매실이 유리병에 효소라고 적혀 있고 걸쭉한 액이 우려 나오는 중이다. 한참을 지나도 알 수 없는 물건들과 의문들이 집에 더덕더덕 붙어 있다
이 집에 사는 부부는 수려한 미남미녀다. 아이가 없다
젊은 부부가 깊은 산 속까지 와서 사는 이유가 궁금했다
와인바같은 탁자가 있고 솥뚜껑 아래 번개탄 속에서 옥수수와 감자가 포일에 싸여 구워지고 불편한 도구들이 산만하게 놓여 있다 갑자기 소낙비가 콩팥까지 울리어 오줌이 마려웠다 묻고 싶은 말들이 많았으나 참아보기로 했다
젊은 남녀가 왜 깊은 산중까지 들어와야 했을까. 의문의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천둥 번개가 개의 귀를 요란하게 흔들었지만...
물어볼 수 없는 무덤이 있고 벼락이 치는 이유에 말하지 못할 사연이 누구나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지 않고 사는 것이 이편저편 가르지 않는다 간혹 열 명 중 한 명이 호미로 땅을 파는 일이 있다 묻지 말아야 할 민둥산이 있고 벗겨지지 않는 이끼가 있다 까맣게 붓으로 칠해진 벽에 묶어 놓은 숯덩이가 의문부호처럼 걸려 있다
<애지> 2013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