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시
풀등 같은 사랑 - / 김송포
차갑게 흐르던 강물
수줍은 듯 노을빛 사이로
흘러가네요
봄눈은 이슬처럼 사라지고
눈썹은 실낱같이 흐릿해져
사랑은 고여 있네요
풀무로 바람을 일으키며 부른 노래
구슬픈 풀피리의 떨림이었나요
사랑은 강둑 너머 산을 오르고
산모롱이 돌아 간 그대
사라지지 마시어요
강물에 모레 쌓이듯 피어오른 풀등
흙바람 일으키며 물살에 실려 가도
차마 붙들 수 없는 사랑이네요
언젠가 강물에 실려 다시 오려거든
내 가까이 풀꽃으로 오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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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늘 /김송포
1.
당신의 그늘이 얼마나 큰 지 모른다오
햇살이 뜨겁다고
울타리 만들어 놓고 비켜 온 세월
나무가 작아 가려진 그늘이 없다고 보채던 날들
입 넓은 잎사귀 되어 주지 못한다고
느티나무 에게 가고 싶어 했지
참고 참으면 키 큰 나무가 되어
아픔을 가려 주겠지
2.
이젠 기다림으로 탑을 쌓아놓고
점점 넓어져 가는 당신의 나무에
기대어 사랑을 찾아 가나
당신의 짙은 그림자 보듬고
당신의 흔들림 지켜 보며
다소곳이 서 있으려오
오래도록 내 곁에서
내몸을 가려주는 그늘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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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비친 사랑 / 김송포
1절
석양이 지는 저녁에
당신과 함께 걸었던
강변에 다시 가 보니
보고 싶은 마음 강물에 흐르고 있네요
출렁이는 강물 속에
슬픈 은어의 모습으로
당신이 거울처럼 다가 와서
사랑 했던 마음을 비춰 주시네요
멀리 있는 당신을 그리는 마음
아파 하며 눈물 흘려요
헤어져야 하는 아쉬운 눈빛이
얼굴 적시는 걸 아시나요
출렁이는 강물 속에
슬픈 은어의 모습으로
당신이 거울처럼 다가 와서
잊으려 했던 기억을 비춰 주시네요
간주
2절
멀리 있는 당신을 그리는 마음
아파 하며 눈물 흘려요
헤어져야 하는 아쉬운 눈빛 수십 번 생각하고
온 몸 적시는 걸 아시나요
출렁 이는 강물 속에
슬픈 은어의 모습으로
당신이 거울처럼 다가 와서
잊으려 했던 사랑을 비춰 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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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이 노을로 저물 때
김송포
몸에 묻어 있는 오물을 닦아 주는 그림자였습니다
.
한번도 꽃피지 못한 소녀의 사연을 훔쳐 읽기도 하고
무더운 여름날엔 시원한 그늘이었습니다
그녀의 목덜미에 박혀 있는 점을 가려주기도 하고
눈물에 밥 말아 먹는 소년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김칫국물 튀겨도 웃어넘겼지요
아들을 리비아에 보내고
캄캄한 방에서 눈물 훔치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자식의 눈물 닦아주며 허물을 가려주던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을 온 몸으로 막으며
그리움을 대신 했습니다
사기조각에 찔린 발바닥의 핏물 닦아 주고
주름 진 얼굴 펴 드리려고 하는 데
이제
정녕 어디로 떠나가려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