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모래에 바람이 인다

songpo 2014. 5. 7. 18:20

모래에 바람이 인다/김송포
 
나이 든 중년의 남자가 바닷길 안는다
을왕리 모래는 작은 구멍에 빛이 있다
저 속에 빠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믿음이 있다
둘러쳐진 병풍숲에 나를 가두어 놓고 살펴보았다
어슬프게 휘청거리는 발걸음은 어디로 가는 지
발자국은 모래에 묻혔다 빠져 나오곤했다
과거는 그 자리에 없다
나도 없다
수북히 쌓아 놓은 조각들만
바닷바람에 널려 나부랑거리고
갈 곳 없으면서
수평선에 쏘아대는 은빛 언어들
아슬한 줄타기 선상에 휘청거려도
가슴 메이는 아픔이 있어도
휘날리는 스카프 동여메고 배를 타고 가려 한다
조금만 불어도
모래에 이는 바람을 파도는 삼키고 말텐 데.

*겨울바다를 가 보셨나요. 잔잔하고 한적할 것 같던 바다도 휴식을 취하는 듯 보이나 한 여름의 태풍을 이겨낸 고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내면에 쓰레기와 물고기들이 뒹굴어도 겉으론 평온하지요 그러나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한 휴식일까요. 연인들의 밀어도 받아주고 헤어지는 이별의 슬픔도 받아 삼켜야 하고 떨어지는 노을의 붉은 태양도 바다 속으로 숨겨야 하는 일들, 바다는 숭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없이 목구멍으로 미어지는 슬픔을 먹는 바다에게 고개 숙이고 싶엇습니다. 내 모습의 추위도 감싸주는 당신이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