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불청객 /민구

songpo 2014. 12. 10. 18:25

불청객

 

   민구(1983~ )

 

 

가로등 불빛이

작은방 창으로 들어온다

밥상을 타넘고

안방으로 걸어와서

어머니 가슴에

발을 올려놓는다

괘씸하지만

꽁꽁 언 발을 끄집어 낼 수도 없어 그대로 둔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도

잠을 깨시는 어머니

늘 걷어차던 이불을 웬일로

한 번 안 차고 주무신다

네가 붙잡았나 싶어서

불빛이 시작한 자리를

가만히 오래오래 본다

저리 보면

달이 뭐 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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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체제를 건너가는 인간의 방식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진화였을까, 적응이었을까. 근대는 개인의 발견인 동시에 그 개인이 전체의 부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감당해야 했던 통증의 시작이다. 민구는 그런 통증의 한 장면을 전통적 시작법을 경유해서 구체화한다. 그 안에서도 그의 시를 새롭게 읽어낼 수 있는 지점은 도시공간을 견디고 있는 기형적 서정 때문이다.

   우선 가로등 불빛에 육체성을 부여한다. 작은 방 창문으로 들어온 인공의 불빛은 어머니의 가슴에 두 발을 올려놓고, 어머니는 거슬리지도 않는지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계절은 겨울이고,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도 쉽게 깨버리는 예민한 감각을 어머니는 가졌다. 시 안에서 드러나 있진 않으나 어머니는 고된 하루를 마친 일상적 도시인으로 보인다.

   이 시는 자칫 대립된 이미지를 교차시켜놓은 것으로 읽히기 쉬우나, 마지막 연에서 ‘달’과 ‘가로등 불빛’이 둘 다 현실을 치유하는 상징으로 확장되면서 봉건적인 것과 도시적인 것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의인화된 인공의 불빛마저도 시인은 연민하면서, 쓰리고 아픈 자리들과 동일시해내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인위적인 빛도 사무치게 그립다. 여기 상처 부위를 연고처럼 얇게 펴 발라주고 있는 가로등이 있다. 어쩌면 불청객도 때로는 손님처럼, 발걸음이 따뜻하다.

 

  박성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