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최금녀

songpo 2015. 6. 9. 16:29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최금녀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최금녀 / 1942년 함남 영흥 출생. 서울신문, 대한일보 기자로 활동함. 2000년 《문예운동》을 통해 시로 등단.

 

시집 『내 몸에 집을 짓는다』 『저 분홍빛 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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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 그러니까 일심동체이던 어머니와 내가 분리된 흔적인 거지요. 시인은 배꼽을 “출생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라고 하네요. 재미있는 착상이네요. 그곳을 클릭, 더블클릭 하고 싶은 건 감히 ‘신의 영역’을 엿보려는 호기심 때문이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죠. 왜냐하면 배꼽은 누구도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니까요.

 

 

장석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