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강인한

songpo 2015. 6. 20. 21:26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강인한

이른 아침 갓 구운 핑크의 냄새,

골목길에서 마주친 깜찍하고 상큼한 민트 향은

리본으로 치장한 케이크 상자처럼 궁금한 감정이에요.

초보에게 딱 맞는 체리핑크는

오전 열 시에 구워져 나오지요.

십대들이 많이 구매하지만 놀라지 마셔요, 때로는

삼사십대 아저씨가 뒷문으로 들어와 찾을 때도 있어요.

육질 좋은 선홍색의 연애는

오후 두 시 이후에 뜨거운 오븐을 열고 나와요.

구릿빛 그을린 사내가 옆구리에 낀 서핑보드

질척거리는 파도 사이 생크림 같은 흰 거품은 덤이지요.

아무래도 못 잊는 블루,

그 중에서도 뒷맛이 아련해 다시 찾는 코발트블루는

땅거미 질 무렵 산책로에 숨었다가 뛰쳐나오기도 하지만요.

가장 멋들어진 연애는 한밤의 트라이앵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토라지는 삼각관계로 구워내

당신의 눈물에 찍어먹는 간간한 마늘빵 그 맛이지요.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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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적 욕망처럼 극적이고 슬픈 것이 있을까? 고귀하고 우아한 문학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거기 마그마 같은 리비도(libido)가 꿈틀거린다. 성적 욕망은 때로는 죽음을 담보로 할 만큼 절실하다는 점에서 극적이고, 결국은 본능에의 귀결이라는 점에서 슬프다. 리비도는 라틴어로 욕망을 뜻한다. 성적 욕구가 내부로 향하는 자아 리비도와 외부의 객체로 향하는 대상 리비도가 있는데 연애는 대상 리비도가 발현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단테의 베아트리체처럼, 괴테의 베르테르처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의 마리아처럼 연애는 사람의 감성을 고양시킨다. 사춘기에 읽었던 「소나기」. 소년과 소녀와 애틋한 사랑 때문에 몇 날, 몇 밤을 가슴앓이 했던가. 지나간 이야기지만 80년대 ‘어니온스’라는 듀엣의 「편지」라는 노래가 있었다. 동명의 영화에서 처음 나왔던 유지인의 청순한 눈은 노랫말처럼 ‘구멍 뚫린 내 가슴에 서러움이 물 흐르’게 했다.

 

그때, 내 청춘의 에덴에서 구렁이처럼 뒹굴면서 푸른 청사과 한 알을 얼마나 먹고 싶어 했던가. 벗어 내린 사과의 눈부신 알몸과 코끝을 스쳐가는 상큼한 슬픔은 청춘의 황홀한 잔혹사였다. 그것은 ‘이른 아침 갓 구운 핑크의 냄새’였고, ‘상큼한 민트 향’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갔고, 그렇게 연애도 갔다. 그런데 당신의 연애는 몇 시냐고 시인은 따진다. 문득 삶의 무게는 그가 어떤 연애의 시간에 놓여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연애는 몇 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