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사월은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권현형
songpo
2015. 6. 27. 23:14
사월은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권현형
아침부터 바람이 많이 불어왔을 뿐이다
긴 리본이 매달려 있어
하루가 길고 복잡했을 뿐이다
뼈와 육체가 바뀐 어떤 일이
우리들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4월보다 너는 조금 더 들떠 있었고
아무 흠 없는 조개껍데기처럼 유난히 예뻤을 뿐
꽃의 동공이 흔들렸을 뿐
너를 버린 못된 손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사월은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끝내 닫힌 창문을 밀고 나오지 못했던 너의 ‘ㄹ'은
네가 늘 머리맡에 두고 자던 씨앗 같은 것이었음을 믿는다
접시를 만지면 접시가 물이 되고
계단에 걸터앉으면 계단이 물이 되고
침대에 누우면 침대가 물이 되고
누울 수도 설 수도 없이
네가 마지막으로 전송한 문자 ‘ㄹ'이 심장에 말편자처럼 박혀
* 체로키 족 인디언들의 달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