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
—침대의 필요
김선우
그런 날 있잖습니까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 속의 사람이
나를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거릴 때
그런 날은 열 일 제치고 침상을 정리합니다
날 선 뼈들을 발라내 햇빛과 바람을 쏘이고
가장 좋은 침대보로 새로 씌우죠
이봐요, 여기로
거울 앞으로 가 거울 속의 사람을 마주봅니다
거울 속으로 손을 뻗지 말고
여기서 손짓해 거울 밖으로
그를 꺼내야 합니다
어서 와요.
정성 다해 만져줘야 할 몸이
이쪽에 있습니다.
—《문학동네》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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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도화 아래 잠들다』『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녹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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