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281

김송포/ㅗ와 ㅣ의 초대/ ㅡ박정원 해설 ㅡ세정일보

https://www.sejun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8582 [시에서 시를 찾기] ㅗ와 ㅣ의 초대 - 세정일보-대한민국 세정의 파수꾼 세정일보 초성은 같았으나 중성에서 착오가 있었다 ㅗ와 ㅣ의 차이에 객석의 관중은 웃음을 던졌다 피아노를 치는 사회자는모시고 싶지 않은 첼로 연주자 소개에연주자는 벌떡 일어나안으로 들어가려다 www.sejungilbo.com 초성은 같았으나 중성에서 착오가 있었다 김송포 시인 초성은 같았으나 중성에서 착오가 있었다 ㅗ와 ㅣ의 차이에 객석의 관중은 웃음을 던졌다 피아노를 치는 사회자는 모시고 싶지 않은 첼로 연주자 소개에 연주자는 벌떡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자리에서 심호흡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자는 ㅗ와 ㅣ의 중성에 귀를..

시 너머 시 2022.07.25

페이퍼 인형 /김송포ㅡ수피아 시인

https://blog.naver.com/kfbmoon/222823026486 페이퍼 인형 / 김송포 페이퍼 인형 분홍이 흔들리더라 분홍은 갈대숲에서 느껴지는 음악이더라 연분홍 치마가 개털에 휘날리더라 ... blog.naver.com 페이퍼 인형 분홍이 흔들리더라 분홍은 갈대숲에서 느껴지는 음악이더라 연분홍 치마가 개털에 휘날리더라 새벽에 우는 앵무새가 인형이던 여자가 있다 옷을 입히고 주무르며 가지고 놀았던 인형 그것은 멈춰진 시간을 깨우는 기억이다 바람이 부는 곳에는 로라가 있다 순백의 종이를 투과하는 로라가 그림자를 드리우자 사랑을 깨우는 남자가 달아나더라 로라의 다리를 만지던 소행성이 우는구나 세상에 드러내서는 안 될 주머니에 총을 겨누는 인형, 주물럭거리는 손, 하룻밤의 인형이 나도 나도~라고..

시 너머 시 2022.07.25

1인의 눈물 /정숙자

1인의 눈물 /정숙자 마침내 혼자가 되기 위하여 '들'을 만났었구나. 다시 는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 '들'을 건너왔구나. 혼자 란 얼마나 오래 익힌 석류 알인가. 붉고도 깊은 장소인 가.무수한 숫자 무수히 벗어난 단 하나인가. 그 한 알 깨물다 가는 게 인류의 1인들인가. 천지간 어디에도 기댈 데 없어 끝까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돌맹이 하나. 기억/응 집/해체를 표상하는 돌. 그것이 신의 눈물이 아니라고, 생존의 산물이 아니라고 누가 단언할수 있을 것인가. 1인의 밤의 눈물은 천지에 뿌려진 이슬. 검푸른 길에 총총히 서려, 뿌리 끝 하늘만 맺어. 광장의 풀들은 왜 그리 죽는가? 쓰러진 무릎을 왜 다시 켜는가? --- 정숙자 시인 약력: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동국대 교육대학원 철학과 수료. 19..

시 너머 시 2022.06.12

도시가스 /이수명

도시가스 /이수명 이제 나는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 주머니에는 도시가스 사용 고지서가 들어 있다. 핸드폰은 무음모드 버스 정류장을 지나간다. 무를 나르는 사람을 본다. 그는 낮에 트럭에서 무를 내려 박스에 담았다가 밤에 박스에서 무를 내려 다시 트럭에 싣는다. 낮에 지나가는 트럭에게 무를 보이고 밤을 통과하는 박스에게 무를 보인다. 길은 낙엽으로 덮여 있다. 은행잎 단풍잎 벚나무잎 미루나무잎 떡갈나무잎을 밟고 지나간다. 썩을 때까지는 아직 며칠이 남아 있어서 가을잎들이 이곳저곳으로 뒹굴고 있다. 낙엽에 발을 빠뜨리지 않고 걸어간다. 오늘은 더 멀리 가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도시가스공사 고객센터가 저기 보인다. 그 앞에 멈춰 설 것이다. 잠깐 쉬는 것처럼 서 있다. 어제와 같은 장소에 몸이 놓이면 쉬는 흉내..

시 너머 시 2022.02.17

석류 / Paul Valéry(1871-1945)

석류 / Paul Valéry(1871-1945) 너희들 알맹이의 과잉에 져서 살짝 열린 딱딱한 석류여, 스스로의 발견에 번쩍이는 고귀한 이마를 나는 보는 듯하다! 너희들이 참아온 세월이, 오 살짝 입 벌린 석류여, 애써 이룩된 너희들 루비의 장벽을 거만스럽게 흔들어 비걱거려도, 그리고 또, 껍질의 메마른 황금이 어느 힘의 요구에 따라 찢어져 빨간 보석의 과즙이 되어도, 그래도, 그 빛나는 균열은 비밀의 구조를 갖고 있는 내 혼을 생각게 한다. ― 시집 매혹(1922), 박이문 옮김(1959)

시 너머 시 2022.01.25

진혜진/ 앵두나무 상영관

앵두나무 상영관 진혜진 이 도시에 봄이 없다는 걸 알고 사람들은 길목마다 앵두나무를 심었다 몇 분 간격으로 익어 터지는 앵두 비와 졸음 사이에 짓무른 앵두 붉은 앵두는 금지된 몸에서 터져 나온다 한 쪽 눈을 질끈 감는 사이 길바닥에 누운 흰 사다리를 건넌다 소나기 그친 사이를 아이가 손을 들고 뛰어간다 할머니는 한 칸 한 칸 신호음 사이를 짚고 넘어간다 사람들이 마중과 배웅으로 사다리를 건너면 앵두의 색깔이 바뀐다 순식간에 달려간 계절이 다른 계절의 입에 물리듯 빨강을 물고 앵두나무 발설하지 않은 소문까지 뻗는다 앵두가 지면 초록 이파리가 여름 정원에 비비새 울음으로 남아 그 울음 끝에 매달릴 이파리로 남아 세를 불리는 앵두나무 공중으로 발을 들어 올린다 신호등이 봄을 켠다 짧은 치마를 입은 듯 가벼운 ..

시 너머 시 2021.12.14

박수빈의 시 -들꽃 요양원

들꽃 요양원 박수빈 전염된다네. 당신이 좋아하는 초코케이크 사왔는데, 그냥 현관에 두라네. 이름을 적고 물러서니 직원이 소독약 뿌리네. 얼마 후 화면이 뜨네. 촛불 밝히고 박수하고 싶은데, 당신은 아기처럼 주무시네. 직원이 깨우며 화면을 가리키네. 누가 잠결을 빗질하나, 성성한 머리칼 속에 순두부가 되어버린 기억, 간수액에 물컹한 당신의 뇌, 나는 손을 흔드네. 잘 있어요? 안개가 흐르네. 당신은 베개 보풀을 만지더니 창밖을 보네. 촛농이 녹아 흐르고 쇠별꽃과 구절초들이 고개를 떨구네. 모데미풀들이 냄새를 풍기네. 그림자가 내 뒤꿈치에 뿌리를 내리네. 이제는 서로 바깥에서 건드리면 부러질 꽃대들이 닮아가네. --2021. 여름호

시 너머 시 2021.07.25

여름 달 -강신애

강신애의 「여름 달」 감상 / 나민애 여름 달 강신애(1961~ ) 카페에서 나오니 끓는 도시였다 긴 햇살 타오르던 능소화는 반쯤 목이 잘렸다 어디서 이글거리는 삼복염천을 넘을까 보름달 요제프 보이스의 레몬빛이다 내 안의 늘어진 필라멘트 일으켜 저 달에 소켓을 꽂으면 파르르 환한 피가 흐르겠지 배터리 교체할 일 없겠지 달님이 이르시기를 차갑게 저장된 빛줄기들을 두르고 붉은 땅 무풍의 슬픔을 견디어라 우주의 얼음 조각들이 예서 녹아 흐를 테니 .......................................................................................................................................................

시 너머 시 2021.07.25

개의 표정 -손진은

개의 표정 두어 달 전 명절 끝날 산책길 인적 뜸한 고향 신작로를 지나다 들었네 점잖지 못하게 왜 그랬어? 여동생을 오빠란 놈이 그렇게 하면 어째? 아침 공기 잔잔히 물들이는 어떤 중년의 음성 그 오빠는 보이지 않고 하, 누렁이 한 마리가 고갤 숙여 그 말 고분고분 듣고 있는 곁엔 누운 암탉 한 마리 (아마 옛 버릇을 참지 못하고 유순하던 개가 닭을 물었던 모양) 머릿수건을 쓴 그의 아내인 듯한 환한 여인은 또 왜 암말도 안 하고 아궁이에 장작불만 지피고 있었는지 몰라 가축 두어 마리, 가금 대여섯 키 낮은 채송화 분꽃, 해바라기와 사는 필부인 그 사내 부부의 울타리 너머 꿈결같이 들은 그날의 음성과 실수 때문에 가책 받은 얼굴로 고갤 숙이던 그 착한 개의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가 다 죄인인 듯 마음..

시 너머 시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