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쑥섬에서 자란 쑥이 존재하는 이유

songpo 2019. 4. 3. 20:19



쑥섬에서 자란 쑥이 존재하는 이유


김송포


섬에서 자라 쑥에서 죽을 쑥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어머니는 정신박약아였다 동네 사람들은 마다하지 않고 음식과 거동을 돌봐주는 것을 보고 자랐다

자식은 쑥처럼 자라 쑥같이 섬을 일구어 쑥쑥 정원을 만들었다


아직 더 자라야 할 쑥은 애도라 하여 애도하고 싶었으나 사랑 애가 아니고 쑥 애자라 하여 당황하였으나

섬에 찾아온 모든 사람이 어머니라 부르고 어머니라 말하고 어머니를 기리고 있다


한 생에서 피어나지 못할 계절은 없다

밟혀도 자라지 못할 인연은 없다

정원처럼 바보처럼 돌을 나르며 한 땀 한 땀 섬을 만들고 쑥은 자식처럼 자랄 것이다


길이 아닌 길을 돌로 만들고 돌이 아닌 것을 꽃으로 만들고 꽃이 아닌 것은 어머니가 봐주실 거라는 믿음으로

나로도 근처 쑥섬을 애도해야 하는 이유가 애도에 있다



열두 번의 짚을 통과하기 위해

 




줄타기로 강 너머를 훔쳐본다


달이 걸린 도시에서 낙원으로 날아가던 순간은 절실해

네가 살아 있을 때, 내가 죽었을 때, 국화의 향수를 위해, 몸을 날리며 줄을 타야 했던


한 손으로 가볍게 날아보자던 권력은 물거품이 되고,

밧줄에 매달려 살기 위해 미끄러지고 줄타기에 승부의 날을 세웠던 적 있어


한고비 건너면 다른 고비 찾아와 재갈을 물리고 

물살이 거세지면 보트를 빌리고

물소를 만나면 칼날처럼 줄을 서서 싸우는 시간이 아슬해


어떤 날은 푸른 강물로 떨어지고 어떤 날은 왕이 사는 곳으로 치솟을 듯 가벼웠지만

직선으로 하강하는 날도 있어

나에게 밧줄은 구원이고 너에게 난 집이야

절대로 여자를 만져서는 안 되는 남자의 숙명을 알고 있니

왼손으로 머리를 만지면 영혼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니


눈을 크게 뜨고 잡아야 할 밧줄이지만 줄을 타야 하는 일이 사라지면 좋겠어 


옷을 입지 않아도 추운 줄 모르고 지내잖아

여름이나 겨울이나 똑같은 달을 보고 웃고 있을







---2019. 5 .예술가 여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