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김송포
몸을 자유라고 외친 부부가 있다
끝까지 가보자
현란한 동작으로 훌러덩 올렸다 내렸다
너와 나 사이에 수갑을 채울 것이다
장롱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였다. 아내는 임신 중이다. 남자는 숲을 적나라하게 내놓은 채 자연스럽게 노출을 한다. 남자의 직업은 교사다. 누드 부부 사진으로 인해 남자는 해고 당했다. 외압과 외설 사이에서 논란이 제기되었다
한 곳으로만 보는 오른쪽 시각이 상식적일까
왜 칼을 들었을까
감추어져 있어야 했는데 드러나고만 어떤 것들이 있다
거울 앞에서 처진 뱃살에 대해 정확히 짚어 보았을까
마음이 늙지 않는 초로의 신사가 몸을 따라가지 못하는 발과 어눌한 발음과 목소리를 스스로 감별하지 못했을 때
감추고 산 것이 얼마나 많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사건이다
자유를 구속이라고 외친 당신에게 손을 들어준 판결이 있다
쉿!
밧줄
물에서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고 울부짖었다
허공에 대고 발을 하늘로 치켜올리고 밧줄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일 미터 80센티인 물속에 가라앉으면서
너를 잊을 거라고
공중에서 다리를 올려야만 해
살려 주세요
옆에 서서 지켜보던 보조원은 밧줄 하나 던져 주었다
물속에서 잃은 사촌 동생을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헤엄쳐올 테니 기다려달라
끝내 오지 않은 너는 밧줄이라도 잡지 그랬니
물을 두려워하라 물과 접촉하지 마라
물이 물을 싫어하니 절대 가까이하지 말라
신신당부하던 말이
물속에서 허둥대던 날,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
이와 이 사이의 공허를
도망쳤다
밖을 기웃거리며 계절이 질세라 어금니 안쪽에 이 하나를 뽑으니 맹탕 같다 안전하게 보수공사를 하며 거짓처럼 떨어지던 공허함은 웃을 수 없는 빈 거지였다
누가 사람을 완전한 독립체라고 하였나
태어난 후 지금껏 군소리 없이 잘 씹어주던 너에게 감사장은 없고
혀를 굴려 의기소침해서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과연 내 것이 정말 있기는 한 것일까
엄마의 부속품으로 태어나 눈 코 입 달고 잠깐 빌려 내 것처럼 쓰다가 소멸해버리는 사물처럼
진짜 내 것은 없었다
빌려 온 너의 의치가 이젠 소명을 다하였다
자랑스러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공허를 보여줄까
하얀 공터를 채우기 위해 낙엽을 주우러 다니고
천둥 번개에 떨어진 가을 낙타의 등을 토닥인다
이와 이 사이를 잠시 비워두고
자연에 취한 변을 거두어야 할 이성적 감정이다
---2020 <시에 봄호> 신작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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