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미라는 어쩔 수 없이 / 김송포

songpo 2021. 5. 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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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는 어쩔 수 없이/ 김송포

미라는 어쩔 수 없이 김송포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이 있다 몸을 묶어 관에 가두어야 할 일이 생겼다 알고 있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 혓바늘이 돋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 지워지지 않는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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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는 어쩔 수 없이 / 김송포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이 있다

몸을 묶어 관에 가두어야 할 일이 생겼다

알고 있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 혓바늘이 돋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 지워지지 않는 현장이 있다

 

하나둘씩 의심이 벗겨져 감긴 붕대가 풀렸을 때

어쩔 수 없이

입을 닫고 눈을 감고 관을 닫아야 할 일이 있다

절대 관을 열어서 안 되는 것들이

파란 기와에도 유리문 밖에서도

모른 척해야 지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미라의 시체는 썩지 않게 보존되지만

나는 썩어야 살 수 있다

 

관 뚜껑에 그려진 얼굴이 박제라고 생각하자

어쩔 수 없이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관을 덮고 사실을 덮고

거짓을 재울 수밖에

 

피라미드의 저주가 곰팡이 때문이라고 해도

관 속에 현재의 사실을 넣어 미라로 보존해야 할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