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김송포의<수선화 부고> -최한나 시평

songpo 2021. 6. 15. 19:44

- 수선화 부고 -

죽었다 시인
무지 지어 한껏 자신을 뽐낸 군락들 앞에 비보가 전해져 온다
두 번씩이나
왜 수선화 앞에만 서면 죽음을 알리는 문자가 울리는 것인가
그렇게 일찍 가기엔 시인의 얼굴이 아름답지 않은가

고결한 문장 앞에서 다른 문장은 헛돌게 만들었고
손가락에서 지문은 트랙을 돌고
발가락이 구부러져도 꽃은 씩씩하였다

수선화를 돌같이 보지 않았으나
수선화는 물속에서 의연하게
죽었다

유기방 가옥 뒤뜰, 수선화 핀 자리에 가면
부음이라는 전갈은 영원이라는 말

서둘러 오라는 말
흔들리는 저 노란 창의 감옥

- 김송포 시집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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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부고를 올해만 해도 몇 번을 접했다. 내게도 너무나 친밀했던 시인도 있어서 다시 그 이름 꺼내 적기엔 통점이 아물지 않았다. 그들이 낳은 시는 남아서 뭇 가슴에 별이 되어 빛나겠지. 생각하며 어줍잖게 건조한 내 애도란 것을 위무해본다. 나 역시 생과 사의 고개를 넘어본 자다. 아, 아득하다. 삶이며 죽음이며 시 나부랭이며 밥벌이며...이 순간만은 허무로 다가온다. 묵념하는 시간을 주는 위 시 앞에서 잠시 가슴 뜨거워 끄억끄억 느껴울 것 같은 사람다운 그런 여유(?)를 조금 찾은 듯 하다. 어쩌다 이리 얼음장 시절을 살게 되었는지? 수선화 그리워라. 너무도 향기로와서 일찍 떨어져 버린 꽃들이여!
그래도 시인아! 그 먼 나라에서도 시처럼 살라. 그리 살자!
아! 시인이여! 꽃이여!

-최한나 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