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김송포
달팽이를 바른다 달팽이를 삼킨다 달팽이를 문지른다 달팽이를 녹인다 달팽이와 몇 년째 같이 살고 있다 가끔 무릎에서 어긋나는 소리가 들린다 느린 그림자를 조심조심 따라가기로 하자 단단한 껍질을 벗겨 끈적한 살을 만지면 윤기가 되살아날 거라고 했지 테니스도 치고 달리기도 잘할 거라고 했지 나뭇잎에 숨어 어슬렁어슬렁 담을 넘어가는 끈적이는 너를 몸에 적신다
마른 얼굴에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게 해주던
얼굴과 무릎이 부딪치지 않게 해주던
팔팔하게 움직일 거라던
광채 나는 얼굴과 느린 마술의 입
비 오는 날, 너를 보러 갈래 다가와 줄 거지
와! 우! 외쳐볼 게 소름 돋을 때까지
--2021년 모던포엠 10월호 이달의 작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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