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소금시 /정끝별

songpo 2015. 1. 18. 12:58

소금 시

 

  윤성학 (1971~ )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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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로마에서는 병사들의 급료를 소금으로 지불했다고 한다. 급료를 뜻하는 영어 단어‘salary’나 소금으로 급료를 받던 병사 ‘soldier는 모두 소금을 가리키는 라틴어 ‘salarium’에 어원을 두고 있다. 소금은 금의 가치와 엇비슷해 ‘하얀 금’ ‘작은 금’이라 불렸던 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마태복음 5:13)라는 구절도 경제적인 환산가치를 내포하는 표현이었던 셈이다. 상품으로서의 내재가치를 지닌 소금, 조개, 모피, 금, 은 등이 화폐 역할을 하다가 그 가치를 법으로 보장해 주는 돈이나 수표 등의 신용화폐가 사용된 것이 자본주의의 역사다. 최근엔 가상(전자)화폐의 사용도 늘고 있다.

   시인은 소금이 돈이었던, 상품의 실질가치(사용가치)가 교환가치(시장가치)를 결정했던 원시시대의 패러다임에 주목한다. 또한 소금이 우리 ‘몸 안의 소금기’, 즉 땀과 노력에서 나오듯, 돈이란 마땅히 정직한 노동에서 나와야 한다는 반자본주의적 발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돈 벌다’의 다른 표현으로 시인이 사용하고 있는 싸우다, 내주다, 버티다, 절다, 울다, 녹다 등의 술어가 비유적 표현만은 아닌 셈이다. 실은 소금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우리는 우리 월급에 매일매일 우리 안의 소금을 녹여 넣으며 산다.

   고대 수메르나 이집트에서는 맥주를 월급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맥주의 도수와 양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구분되었고 취해 토할 수 있는 자가 권능을 가진 자였다니, 나는 ‘맥주 시’나 한 편 써야겠다. “하루를 내주고 맥주 한잔을 얻노니/ 들이켜라, 한 잔이 네 안의 소금기를 씻어내고 또 한 잔이 너의 눈물을 토하게 할 테니” 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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