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음표의 사계

songpo 2015. 10. 11. 23:49

음표의 사계

 

김송포

 

 

크로아티아 광장, 기타리스트의

봄날엔 알함브라 궁전의 음계를 뜯으며 눈썹은 올라가고 손가락이 떨리고 있어

 

갈라진 손톱으로 회를 치듯 흥분의 서곡이 시작되었지

 

한낮의 여름은 높은음자리 천둥도 튕겨야 하고 낮은음자리 바닥도 치는 굴곡의 마디였어

 

낙엽이 손가락 마디 앞에 떨어질 땐

상처의 붕대를 감고 한 옥타브 올려서 도약을 하였지

 

눈발 날리는 추위에

박자는 빨라지고 손끝에서 가까스로 미끄럼을 타고 있었지

 

무릎에 얹어진 머리와 몸통과 꼬리,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고개 들어 소리 낼 일이 아직 남아 있나요

 

---2015.11. 발표작 <월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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