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절과 골절 사이
김송포
받침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너와 나의 간격은 멀기만 하다
어제 주문하던 당신의 이름은 바이올린처럼
맑은 선율이었는데
잊기 위해
녹색 테이블에 부서지게 만든 찰나의 손짓은 강렬했다
무섭게 돌진하던 음률이 돌연 골절로 팔을 부러뜨리고 떠나갔다
하루가 멀다고 다가와 주었을 때
이미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느낌은 있다
너에겐 곡절이 없다
사이엔 ㄱ과 ㄹ의 받침만 있고
나에겐 골절이 있다
너는 사연이 있을 거라 주장하지만,
나는 반달 안에 쏟아놓을 것 다 풀었다
훌훌 가지를 볶다가 기름을 날려버린 마른 볶음처럼
우리의 물기도 사라져간다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마디에 쇠심을 박고
오백일을 버틴다
휘어진 마디의 골절이 붙을 때까지
곡절은 사라지지만
너와 나 사이의 한 소절은 한 몸이었다
앗싸 가오리
유리창과 유리창 너머를 돈다
일 층부터 칠 층까지 수족관을 헤집으며 그를 찾는다
하얀 뱃가죽은 절벽처럼 아슬한 공중을 넘어간다
앗싸 가오리 외치며 웃어넘기던 와인 잔의 땡그랑 소리,
가슴으로 오래 남을 여행자처럼 그의 행보는 예측 불가다
그동안 머문 기억들에서
잠시 풀어주면 세상 밖으로 나가 얼마나 버틸지
비슷한 동무를 찾고 노래도 부르고
일탈 이탈 자유를 주자고요
물 없이 살아보라지
새 없이 웃어보라지
슬픔의 세레나데 불러보라지
오사카 성 밖에서 묻는다
앗싸 가오리는 어디 계신가요
평생 못 볼 쇼를 보게 해 준 가오리와 저녁을 함께 할까요
가오리를 품을 수 없는 하얀 당신과
바닷속을 헤엄쳐야 하나요
오늘 밤, 앗싸 가오리! 한 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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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시문학』등단, 시집 『집게』 『부탁해요 곡절 씨』 ,현‘성남FM방송’ 라디오 진행
-2016.11. 우리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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