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김송포
미소를 도둑맞았다
폭소가 무엇인지 모르고 가져갔을 것이다
네모는 폭소의 이빨을 보여주었다
다리와 손은 하늘을 찌르고 땅을 두드리다가
슬픔의 시를 읽다가 슬프다고 노래를 부른다
장미를 부르자마자 천둥이 폭소를 지운다
궁둥이 흔들며 치마를 돌리며 베개를 돌리더니
서산 마애 여래 삼존불의 미소가 들썩인다
그녀의 막춤과 비교될 순 없지 미소를 넘어 폭소가 더 찬란하지
찬란 뒤에
화장실에서 미소를 지우고 나온다
까맣게 지워야 할 것들이 있다면서 네모를 두고 나온다
그래, 폭소를 가져가서 잘 살 자신 있으면 백제의 미소 길에 떠올라라
폭소를 태우던 밤은 머릿속에 저장해 놓았을 테고
네모의 창은 미소로 키우면 될 터
얼굴은 새로운 당신으로 채우면 될 터
도둑은 미소를 잃고 부자를 잃고 세계를 잃고
미권력
오늘은 아름다움이 권력을 쥔 날이다. 남자에게 최고의 상을 부여받은 날이다.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과일을 깎아 상 앞에 내놓고 권력 있는 남자가 아름다움을 행하고 있다. 인기 있는 남자는 주위에 있는 모든 여자를 애인이라고 했다가 손가락질을 받았다. 차례대로 번호를 정해 자 보자고 했다가 항의를 받았다. 남자는 이제 막 올라가는 b의 목줄에 끌려 내려오고 있다. 더 오를 수 없는 나는 가볍기만 하다. 그나마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운 것이 권력을 이용하면 무너진다. 무엇을 잡아야 연이 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B는 아부와 척의 혀가 요즘은 정보에서 나온다고 관계를 맺으라고 한다 권력을 쥐어보지 않아서 권력이란 시를 쓸 수 없다. 권력이 아닌 미라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고명하신 a의 입에서 시를 못 쓰는 인간은 다 쓰레기라고 해도 나의 시시한 시가 권력이 되지 않는 시라서 다행이다 '아름다울 미'라는 단어가 흔들리고 있다. 남자에게 받은 상을 돌려주지 않으련다
새우
팬에 소금을 깔고 새우를 구워보자고요
새우는 뜨거워서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뚜껑을 닫아라. 도망치지 못하게,
멀리 뛰어봐도 붙들리는 꼬리입니다
던져지기 전에는 검은 속살이 싱싱했습니다
죽음 직전에 살아있는 나는 싱싱해서 연발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늘은 그만 몸을 비틀어야 해요
끌려갔을 때 허리를 꼬고 목을 저어봐요
반듯하게 맞서고 있을거예요 그런데 다시 무너뜨렸습니다
절대로 물을 뿌린 적이 없습니다 하라는 대로 막았을 뿐입니다
죽지 않으려고 집을 잠시 나갔다가 물에 맞아 죽었습니다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비를 맞은 사람들이 오늘도 세차게 옷을 갈아입습니다
울어서는 안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야 합니다
가시가 극형에 처해 부서져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무덤의 자리 하나 남겨두어야 합니다
목 안에서 피가 웃어요
붉은 등이 벗겨진 속살은 달착지근해요
머리를 먹는 순간
바.사.삭
부서지는 눈물을 삼키고 목구멍을 채운 나는
다시 소금 위에서 새우를 굽습니다
시작노트 ;
몸이 바닥에 쓰러진다 일어나면 다시 돋아난다 한 달이면 두어 번씩 반복하던 일상이다 내려놓을 때까지 바깥의 차가운 바람과 내 안의 뜨거운 피는 충돌이 빚어졌다. 감정을 누른다. 피는 가라앉는다. 공간에서 시간으로 이동하며 흥분을 절제하는 연습을 한다 주어와 술어만으로 단조롭게 삶을 재단하고 있다 물건도 장식도 액세서리도 몸의 일부로 넣고 있다
나에게서 미소를 빼앗아 간 사람의 실체는 어디를 가나 마음이 편치않을 것이다 차라리 잊어버린 물건은 다시 채우면 될 테지만 그 안에서 만들던 순간들, 기억들, 놓치고 살았던 것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요즘은 권력이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서로 위에서 군림하기를 원한다 상대를 누르고 밟아야 시원한 세상, 소리 내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는 참담함에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평온을 유지하는 길이다 사람이 힘들다면서 사람 사이에 끼어 애 오욕을 느끼는 아이러니가 진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새우가 소금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 아무렇지않게 살아있는 나는 살아있는 새우를 구우며 붉게 익어가는 새우의 껍질을 발라먹으며 웃고 있다 저기 한 곳에서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질질 끌려다니며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지못하고 비겁하게 도망치는 자신의 등은 비참하다 누구의 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잔인하게 새우를 구워 먹으며 한 사람을 연상하는 나의 처사를 빌고 싶을 뿐이다
-2016년 포엠포엠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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