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머 시

미학 / 김언

songpo 2016. 10. 13. 16:08

미학

 


나는 혼자서는 쉽게 놀지 않는다. 어딘가에 타인을 만들고 있다.
고요하고 거침없이 적을 만든다. 그를 사랑해도 좋다.
그와 무엇으로 대화하겠는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위험에 대해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나는 혼자서는 쉽게 취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항상 손님을 만든다. 분노를 만들기 위해
그를 쫓아가도 좋다. 꼭 그만큼의 간격으로
누군가를 방문하고 멱살을 잡는다.
나는 혼자서는 쉽게 풀지 않는다. 어딘가에 꼭 오해를 만들고 있다.


-김언, 『모두가 움직인다』, 문학과지성사,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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